라가르토 : 오, 열심이네.
이런 시간까지
검 훈련이야?
이사도라 : 당신은 【검은 송곳니】의...
실례, 전 【검은 송곳니】셨죠.
라가르토 : 라가르토라고 해.
이사도라 : ...라가르토 공.
하나 질문해도 괜찮을까요?
라가르토 : 응?
이사도라 : 【검은 송곳니】의 암살자란...
어떤 존재입니까?
라가르토 : 뭐?
이사도라 : 전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,
알아두고 싶어서요.
암살자란
대체 어떤 기술을...
라가르토 : 어둠에 녹아드는 검은 옷에,
얼어붙은 칼날...
그림자가 움직이는 순간,
적은 이미 죽어 있다...
당신이 생각하는 건
뭐, 그런 거겠지?
이사도라 : 아닌가요?
라가르토 : 그래, 미안하지만 그렇게
멋들어진 싸움은 보통 안 해.
뭐, 가끔씩은
그런 녀석도 있긴 하지만.
예를 들면 두목의 아들인
로이드와 라이너스...
녀석들의 일 처리는
정말 예술이었어.
그 형제들이라면 그런 곡예도
바로 해낼 수 있겠지만,
나 같은 낙오자에겐
영 무리라고 할 수 있지.
이사도라 : 낙오자...라고요?
라가르토 : 그래.
그런고로 싸움에 이렇다 할
도움은 줄 수 없겠지만
뭐, 앞으로 잘 부탁해.
이사도라 : 네, 네에...
이사도라 : 라가르토 공.
한번 대련을
해 주시지 않겠습니까?
라가르토 : 대련이라...
저번에도 말했지만 당신은
나를 오해하고 있다니까.
이사도라 :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.
당신의 몸놀림에
제 검이 닿을 수 있을지...
라가르토 : 그러니까 그쪽이
과대평가라는 거야.
암살자란 건 말이지,
기본적으로 약한 인간이거든.
이사도라 : 약하다...?
라가르토 : 그래.
어둠을 틈타서
상대의 허를 찌르고,
독을 쓰고,
동료와 연계하고...
제대로 된 승부로는 이길 수 없으니
잔재주를 부리는 거지.
정정당당한 결투라면
기사님께 이길 수 없어.
이사도라 : 정말입니까?
라가르토 : 뭐야, 혹시 불안해?
이사도라 : ...페레에서 수련한 기사의 기술에,
자신은 있습니다.
하지만 실전에선
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.
라가르토 : 뭐, 마음은 이해가 가.
기사는 정정당당하게 싸우고,
그러는 동시에 이겨야만 하니까.
뭐든지 해대는 녀석들과
싸우기는 꺼려지겠지.
이사도라 : 라가르토 공.
예를 들면, 당신은 저를 상대로
어떻게 싸울 것 같습니까?
라가르토 : 응?
음~... 그래.
예를 들면 이렇게
지금 얘기하고 있는 동안...
먼저 검을 뺄 수 없게
검집을 세공해... 둬야겠지?
이사도라 : !!
어...
어느 틈에...!?
라가르토 : 그러니까 말했잖아.
제대로 된 승부로는 이길 수 없으니,
잔재주를 부리는 거라고.
라가르토 : 오, 우리 기사님.
오랜만이네.
이사도라 : ......
라가르토 : 뭐, 뭐야?
무서운 표정을 하고.
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
아무 짓 안 해.
이사도라 : 저번엔, 실수를
범했으니까요...
라가르토 : 아아,
그런 일도 있었지.
그래도 그렇게
담아둘 필요는 없어.
제대로 된 실력이라면
당신 쪽이 위고,
애초에 난 여기 사람들과
싸울 생각이 없거든.
이사도라 : 어째서죠?
라가르토 : ...여기는
제법 아늑하니까.
옛날의 【송곳니】와
어딘가 비슷해서 말이야.
이사도라 : 이 군과,
【검은 송곳니】가...?
라가르토 : 그래.
안 믿어져?
옛날의 【송곳니】에는,
떠돌이나, 낙오자가 많았어.
두목은 그 녀석들에게
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줬지.
라가르토 : 물론, 암살 같은 건
어디 가서 자랑할 게 못 되지만,
그래도 우리 나름의
긍지라는 게 있었다는 거야.
우리가 하는 일은
틀리지 않았다고...
자신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
말할 수 있는 신념이라고나 할까.
이사도라 : ......
라가르토 : 그게 지금은
이 꼴이 났지만.
뭔가 잘 안 풀리네,
여러모로...
이사도라 : ...그랬군요.
저는 당신들을 오해하고
있었던 것 같습니다.
라가르토 : 이해해 준다니 고마워.
라가르토 : 그런데 당신,
애인 있어?
이사도라 : 네...?
가, 갑자기
무슨 말씀을...?
라가르토 : 아쉽군, 이미 있나 보네.
훈련도 좋지만
가끔은 애인 생각도 하고 그래.
우리도, 당신들 기사도,
결국은 사람이야.
싸우기 위해서만 산다는 건
슬프지 않아?
가끔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
좋다고 생각하거든.
이사도라 : 그렇네요...
감사합니다,
라가르토 공.
라가르토 : 그건 그렇고 참 아쉽네.
내가 조금만 더 빨리
당신과 만났더라면,
당신 같은 미인은
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.
이사도라 : 라, 라가르토 공!
놀리지 마세요!